<이태리 시골에서 좋은 와인과 함께 July, 2012>
'좋은 와인'은 '맛있다'.
지극히 주관적이긴 하나, 누구나 맛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, 기본적으로 늘 항상 하는 말은 '내 입'에 '맛있으면' 바로 그 와인이 '맛있는' 와인이라는 점이다. 와인을 마시면서 다양한 자리를 가져본다면, 이는 곳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되어, 보다 더 폭넓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. 생각해 보면 운 좋게도 젊을 적에는 다양한 자리에 조금이나마 가본적이 있는 것 같다. 그러기에 훌륭한 음식이 나오는 자리에서, 오랜 빈티지를 자랑하는 와인을 마셔보기도 했다. 그 오랜 빈티지를 자랑하는 와인은 충분히 둔하고 머뭇거리며 비실대던 내 미각을 자극했고, 지금까지도 선명하진 않지만 꽤 인상깊었던 걸로 은근한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있다.
그런데, 시간이 가면 갈수록 드는 생각은 와인은 바로 그 와인을 만드는 사람을 닮아 있다 라는 점이다. 제 아무리 훌륭한 떼루아르와 엄청난 자본을 통해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는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사람도 직접 만나봤을 때 그 감동과 진심이 배가 되는 경우가 있고, 또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만났는데 그 기대가 엄청나게 반감되고 그 만남을 후회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. 저 오래되고 멋진 와인은 비즈니스 미팅에서 자리였고,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났었다. 그런데, 얼굴을 맞대고서는 웃음을 가장했지만 그건 최소한의 예의였다고 생각한다. 그 와인을 얼굴을 맞대고 먹었을 때, 나는 정말 좋은 와인이 아니라 1967년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와인을 마신다는 느낌 뿐이었지, 엄청난 감흥과 기대에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배시시 바람빠지는 풍선마냥 김 샌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. 오히려 그 김 샌 느낌이 지금까지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생각한다. 자신감에서 비롯된 잘난척은 스스럼없는 '인정'을 통해서 받아들이지만, 나는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한 잘난척은 철저하게 무시당해야 한다고 본다. 만나기 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기대와 바람은 만나고 나서, 저 와인을 중심으로 처절하게 무너져 버렸던 생각이 난다.
매우 훌륭한 와인이다. 대외적으로는 훌륭한 점수와 훌륭한 평판과 뛰어난 평가를 받는 와인이다. 머리는 알고 있지만, 와인은 '머리'로 마시는 게 아니다. 그 자리에 '누구'와 어떠한 '음식'과 또한 '어떤 자리' 에서 마시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이다. 이래서 주관적이다. 비싼 와인은 '돈'을 마시는 느낌이나 '자랑'을 마시는 느낌이 아니라 이 와인을 그 시대에 만들었던 그 시대의 온갖 자연과 만들었던 사람의 기운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'한 병'에 담겨있는 것이다. 그걸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기분좋게 먹는다면, 그 와인이 정말로 훌륭하고 좋은 와인으로 기억된다.
'어떤 와인을 제일 좋아하세요?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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